아프지 않은데 신경치료부터요? 깊은 충치를 살리는 치주복조술 (Direct Pulp Capping)

신경치료 피하는 법 핵심 요약

  • • 깊은 충치로 인해 신경이 미세하게 노출된 상태라도 적절한 조치를 통해 신경을 살릴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 • 노출 부위에 MTA 약제를 도포하여 감염을 차단하는 ‘다이렉트 펄프 캡핑’은 신경치료를 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 •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신경을 보존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다른 치과에서 충치가 깊어 신경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아프지도 않은데 꼭 신경치료를 해야 하느냐”는 주소로 환자분이 내원하셨습니다. 깊은 충치를 마주한 분들이 한 번쯤 떠올리시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진료실에서 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결론 내리지 않습니다. 신경이 노출된 정도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지고, 조건이 맞으면 신경을 살려보는 시도를 먼저 해볼 수 있거든요.

오늘은 그 환자분 케이스를 따라가면서, 다이렉트 펄프 캡핑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신경을 지켜내는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환자분의 충치가 어디에 있었는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인접면 충치, 왜 더 까다롭게 봐야 할까요?

환자분은 16번 치아의 인접면에 충치가 있었습니다. 인접면 우식, 즉 치아 사이 충치는 단순히 위치만 다른 게 아니라 잘못 치료하면 악순환의 고리에 갇힐 수 있는 부위입니다.

순서대로 보면 이렇게 됩니다.

✅ 음식물이 끼기 시작합니다
✅ 잇몸이 점점 안 좋아집니다
✅ 치아 뿌리쪽으로 또 다른 충치가 생기거나
✅ 치아가 흔들려 결국 발치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접면 충치는 처음 치료할 때부터 정교하고 세밀하게 다뤄야 합니다. 환자분 케이스는 이 인접면에 생긴 충치가 꽤 깊었고, 신경과 거의 닿을 듯 말 듯한 상태였습니다. 다른 치과에서 신경치료부터 권유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을 겁니다.

다만 저는 그런 경우라도 곧바로 신경치료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충치를 조심스럽게 제거해 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거든요.

그러려면 먼저 짚어둘 게 있습니다. 모든 충치를 똑같이 다 긁어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모든 충치를 다 긁어내야 할까요?

충치는 상태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뉩니다.

구분특징처치
초기 충치표면만 살짝 변색된 상태그대로 두면 광화(단단해짐)되어 자연 회복이 가능
살아있는 충치갈색·검은색, 푸석푸석, 긁으면 가루가 떨어짐반드시 제거해야 함

환자분 충치는 후자였습니다. 본연의 단단함을 잃고, 갈색으로 변하고, 긁으면 가루처럼 떨어지는 상태였거든요. 이런 충치는 그대로 두면 점점 안쪽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조심스럽게 충치를 걷어내자, 우려했던 대로 신경이 살짝 노출되었습니다. 다만 점만큼만 노출된 미세한 정도였습니다. 이 차이가 신경치료로 갈지, 신경을 살리는 시도를 해볼지를 가르는 분기점입니다.

신경이 미세하게 노출되었을 때, 다이렉트 펄프 캡핑

다이렉트 펄프 캡핑(direct pulp capping)은 노출된 신경에 MTA라는 약제를 올려 신경의 감염을 차단하는 술식입니다. 신경치료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죠.

저는 이 술식에 Endocem MTA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용이 꽤 나가는데다 보관도 까다로운 재료지만, 묵묵히 사용해 오고 있는데요. 신경치료는 피할 수 있다면 정말 피하고 싶은 치료이기 때문입니다.

MTA만 올려두면 끝이 아닙니다. MTA만으로는 치아의 교합력을 이겨내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그 위에 RMGI를 베이스 개념으로 한 층 더 깔아줍니다.

순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충치를 조심스럽게 제거합니다
  2. 노출된 신경 부위를 소독합니다
  3. MTA(Endocem MTA) 를 올려 신경 감염을 차단합니다
  4. 그 위에 RMGI 를 베이스로 깔아 교합력을 분산합니다
  5. 인접면 우식에 적합한 인레이로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베이스를 깔아두고 환자분의 통증 여부를 확인했는데, 다행히 통증이 없었습니다.

다이렉트 펄프 캡핑이 신경을 살리는 원리, MTA 이야기

direct pulp capping, 충치 치료 주 사용 재료 endocem MTA

여기까지 읽으시면 “MTA가 도대체 뭐길래 노출된 신경을 살릴 수 있느냐”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MTA의 성분은 Tricalcium Oxide, Silicate Oxide, Bismuth Oxide입니다. 쉽게 말하면 건축물에 쓰는 포틀랜드 시멘트와 거의 같은 성분이에요. 학생 시절 필기해 둔 노트에도 그렇게 적혀 있을 정도입니다.

MTA에 대한 설명

*제가 학생 때, 실제 필기해 둔 내용입니다.

MTA 미세누출 연구, MTA를 사용했을 때가 아말감이나 EBA를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낮은 누출 경향

이 재료가 치과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세균이 침투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능력 때문입니다. 보통은 치근단절제술에서 신경관 끝을 막아줄 때 많이 사용되는데요. 미세누출(microleakage)에 대한 연구를 보면, MTA를 사용했을 때가 아말감이나 EBA를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낮은 누출 경향을 보입니다.

다이렉트 펄프 캡핑을 모식도로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숫자 4로 표시된 부위가 충치로 노출된 신경이라면, 그 자리를 깔끔하게 소독한 뒤 MTA를 한 층 올리고, 마지막으로 RMGI를 샌드위치처럼 한 번 더 덮어주면 끝나는 술식입니다. 다만 아주 미세한 치아 면 위에서 진행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술식 자체의 난이도는 꽤 높은 편에 속합니다.

dentin bridge(상아질 다리) 라는 치아의 재생 물질이 만들어지는 과정

이렇게 펄프 캡핑이 잘 들어가고 나면, 시간이 지나면서 dentin bridge(상아질 다리) 라는 치아의 재생 물질이 만들어지거든요. 결국 이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 MTA를 이용한 다이렉트 펄프 캡핑의 진짜 목적입니다.

깊은 충치 치료, 해외 가이드라인은 어떤 순서를 권할까요?

해외논문에서 발췌한 충치 치료 프로토콜

해외 논문에는 깊은 충치를 마주했을 때 따라야 할 치료 프로토콜이 순서도로 정리돼 있습니다. 읽기 쉽게 풀어드리면 이렇습니다.

신경 노출 상태권장 치료
신경이 노출되지 않음일반 수복 치료로 마무리
신경이 노출될 듯 말 듯한 상태인다이렉트 펄프 캡핑(indirect pulp capping)
신경이 노출되고 출혈이 있음다이렉트 펄프 캡핑(direct pulp capping) 또는 신경치료

마지막 단계에서 신경치료가 아닌 다이렉트 펄프 캡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한 상황에서는 다이렉트 펄프 캡핑을 우선 시도해 보는 편입니다.

깊은 충치, 흔한 오해와 진료실의 진실

같은 흐름에서 자주 듣는 통념들도 짚고 가겠습니다.

흔한 오해진료실의 시각
깊은 충치는 무조건 신경치료가 답입니다신경 노출 정도가 미세하다면 MTA로 살릴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충치는 보이는 대로 모두 긁어내야 합니다초기 충치는 그대로 두면 광화되어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통증이 없으면 큰 문제가 아닙니다통증이 없어도 인접면 충치는 진행되어 발치까지 갈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신경치료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무조건 피하는 것이 정답인 것도 아닙니다. 저는 “신경치료를 하지 말자”가 아니라, “할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해보자”는 입장에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마무리는 인레이로, 재료는 라바 얼티메이트로

펄프 캡핑까지 잘 들어갔다면, 그 위는 인접면 우식 치료에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 인레이로 마무리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재료가 라바 얼티메이트(Lava Ultimate)라는 하이브리드 세라믹입니다. 세라믹과 레진, 지르코니아가 함께 섞여 있는 재료인데요.

✅ 인접면 우식 치료에서 파절 경향이 거의 없습니다
✅ 떨어지는 일은 더더욱 드뭅니다
✅ 옆 치아와 맞닿는 부분이 타이트해 음식물이 잘 끼지 않습니다
✅ “충치치료를 했던가” 싶을 정도의 만족감을 주는 마무리가 가능합니다

인레이에 쓸 수 있는 다른 재료들도 있는데요. 저희가 라바 얼티메이트를 메인으로 쓰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재료특징블랑쉬 진료실에서의 선택
이맥스(e.max)심미적 만족도가 높지만 너무 딱딱해 파절 경향이 느껴짐사용하지 않음
지르코니아강도가 우수해 인레이에도 많이 사용됨케이스에 따라 사용
테세라(Tessera)마모가 너무 쉽게 일어나는 편사용하지 않음
라바 얼티메이트세라믹+레진+지르코니아 하이브리드, 인접면 적합인접면 인레이의 메인 선택

마무리. 신경치료, 무조건 피하는 게 정답은 아니지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합니다

오늘은 깊은 충치 환자분 케이스를 따라가며 다이렉트 펄프 캡핑이라는 술식을 정리해 드렸습니다. 핵심을 다시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 깊은 충치라고 무조건 신경치료가 정답은 아닙니다
✅ 신경 노출이 미세하다면 MTA를 이용한 다이렉트 펄프 캡핑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 인접면 우식은 첫 치료 때부터 정교하게, 마무리는 적합한 인레이로 가야 합니다

신경치료는 피할 수 있다면 정말 피하고 싶은 치료입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의 신경을 한 번 더 살릴 길이 있는지부터 살펴봅니다. 무조건 피하자는 뜻이 아니라, 피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먼저 두드려 보자는 뜻입니다.

깊은 충치로 진단받으셨거나, 신경치료 권유를 받으셨는데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 궁금하시다면 상담신청을 남겨주세요. 환자분의 치아 상태에 맞춰 가능한 선택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오래가는 미소를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블랑쉬치과의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